근접하는 세계

Point, Group Exhibition curated by Fumihiko Sumitomo, Seung Wan Kang, Mijin Kim, Jinsuk Suh, Jinsang Yoo
Alternative Space LOOP, Seoul
August 29–September 24, 2008

스미토모 후미히코

인터넷을이용한통신과비행기를이용한이동을통해한사람이접촉할수있는정보량이크게늘어나고있음을우리 는 실감하고있다. 급격한 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와 자본은 부자도 권력자도 아닌 일반인을 전지전능한 기억의 소유자 로만들어준다.이는무언가두렵기도한것인데기술발전이가져다준혜택을이용할수없었다면이번전시는가능하 지 않았을 것이다.

현상을 긍정하는 하나의 방법은 자연파괴나 석유자원의 고갈과 같은 문제들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고 인간중심의 기술과 산업이 가져다 주는 혜택을 향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변화가 반드시 퇴행적인 것은 아니다. 정보의 왕래가 증대됨에 따라 기회의 불평등이 해소되고, 특권을 지닌 일부 사람들만이 독점했던 이익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분배되게 되었다. 기술의 진보에 의해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에 신경을 쓰는 것이나, 변화를 긍정하는 태 도는 앞서 언급한 장기적 과제를 극복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라는 지적과 모순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개 비판하면서 긍정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사태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초월적이며 본질적인 명제를 통해 시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개인적 감각에 신뢰를 부여하고 이들 통해 중층적인 생각 이나 감각을 되살리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표상(representation)의 공간에서 우리는 통일성 없는 개인의 외면과 내면에 전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일종의 사회를 구성한다. 우리는 남성, 일본인, 동성애자, 큐레이터라는 표상을 가지고 세 계를 바라본다. 결국 개인이 안고 있는 미묘한 위화감은 어떻게 분류되는가에 의해서 억압된다. 그리고 이 입장에서 세 계를 바라볼 때 제한적인 측면을 절대시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치는 이러한 표상의 힘에 의해 실천된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는 경제에 있어서 마케팅과 브랜딩에도 관여한다. 한편 문화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외부에 드러내기 위해 이러한 표상의 체계를 이용한다. 특히 다문화주의가 표방되 던 1990년 이후 미술계에서는 이러한 문화의 정치화, 혹은 산업화가 자각되지 못한 채 양산되고 있는 현상을 엿볼 수 있 다. 국가간의 문화교류라는 점에 있어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똑같은 위험성을 지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문 화교류’라는 틀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된다. 기본적으로 교류는 좋은 것이다. 이를 유발하기 위해서 많은 세금을 사 용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교류에서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를 억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비판하며 긍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후지이 히카루는 우리들에게 매우 친숙한 텔레비전 영상의 코드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단순하고 강렬한 스포츠 브 랜드의 상업광고 영상은 이 브랜드가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데 크게 공헌했다. 그의 작품은 고도의 신체능력을 보 유한 운동선수의 동작이나 기교를 두드러지게 드러내고 실제 경기장면처럼 연출한다. 이 작품에서 격투기 선수들은 뒤 엉켜 있는 듯 보이며 이는 화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서로 상대방의 몸을 짓누르고 스치는 듯한 소리를 내며 회 전하는 두 사람, 그러나 자세히 보면 한 사람은 방패를 들고있는 전경처럼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일 반인처럼 보인다. 데모나 집회장면에서처럼 권력에 의해 억압받는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클로즈업되어 포착되 어 있다. 역동적인 육체는 서로 대결하는 듯 하며 이는 앞서 언급한 상업영상처럼 스포츠의 약동하는 느낌과는 다른 힘 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멋진 이미지를 균질적으로 침투시키려는 산업미디어의 의도와는 달리, 거대 스포츠브랜드의 제 삼세계에서의 노동력 착취, 스포츠와 국가권력의 결탁 등 정치성 짙은 영상을 섬광같이 보여준다.

사토시 하시모토는 이번 전시에 선보이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제작했다. 그는 지금까지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의 수단 들에 의존해 관객들에게 능동적인 행위를 촉구하는 듯한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러한 수단들은 구체적으로 작품과 연관 을 맺기보다는 사소한 행위를 통해 관람객의 일상성에 은밀하게 스며들고 있는 듯 보인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눈에 보 이는 이미지나 행위의 배경이 갖는 의미를 묻기보다는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그저 주시한다. 이런 점에서 그의 작품은 일회적이고 비재현적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상호모순적인 요소들이 동시에 등장하며 이들 통해 감상자를 긴장 과 이완, 수동과 능동 사이에 위치시킨다. 이는 무언가 의미를 찾아서 인식하고자 하는 대상을 탐구하고 공간을 창조한 다. 일찍이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교차점이 현대미술의 전환점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위드 아곤지나 도리사 브라운의 작품에서부터 신체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이 나왔으며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메구미 마츠바라는 건축가로 활동하며 건축가에게 주어진 통상의 업무인 건축물을 설계, 시공,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이 를 확장한 개념을 작품에 적용해왔다. 최근 마츠라바는 작업실 조수, 사진가, 음악가, 심지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부 재의 도시”(Absent City)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설치미술의 형태로 인물사진을 이용해 도쿄라 는 도시를 배경으로 소비되는 말들을 표현하고 있다. “사회학적 점심”이라는 프로젝트에서는 침잠하는 도시의 여러 다 양한 이미지를 식사를 하면서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표현한다. 여기에서 대화에 참여하는 행위자체가 중요한 하나의 형 식으로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고있다.

이외에도 음악이나 인쇄물 등이 작품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 결과 도시의 이미지를 이용해 완성된 모형은 중력이 미 치는 공간이나 자기장 내에서 자유롭게 부유한다. 그녀의 작품은 일상사물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브리콜라주와 같이 환 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일부 사람들에게 콘스탄트(Constant Nieuwenhugs)의 “신바빌론”(New Babylon)을 연상시킬지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에서 작업과정을 중시하며 참여하는 개인의 소리나 초상화라는 요소의 두드러진 개별 성, 개인 간의 차이로부터 도시의 형태를 완성하고자 한 시도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프로젝트는 법이나 감시에 의해 관리되는 도시의 표정에서 무언가 개성의 흔적을 발견하고자 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세 작가들은 영상, 신체성, 건축 등 각각 다른 분야에서 서로 다른 재료를 이용해 작업하고 있다. 예술은 개인 사이의 분 열과 모순을 통합하는 수단일 수 있다. 이는 결코 정신병과 같은 개인의 고통스런 경험의 토로가 아니며 한 개인이 사회 적인 입장과 역할로부터 복잡하게 얽힌 현실에 자유롭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수단은 아닐까?

Appearance: POINT (Exhibition Catalogue), Augus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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